[Light Box] 숙명 같은 황태자의 첫사랑
[Light Box] 숙명 같은 황태자의 첫사랑
  • 이선명 발행인
  • 승인 2020.12.15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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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선명


수중세계 박물관 코너에 지난 호에는 촬영장비를 이번 호에는스쿠버장비를 연재하기로 하여, 개인소유로는 첫 번째 주요장비라 할 수 있는 호흡기를 택하여 리쿰스쿠버에게 해설을 의뢰하였다. 내친김에 호흡기를 장착하고 찍은 사진을 찾아 이번 코너에 소개하려 하였으나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당시 제주도에서 촬영한 기념사진과 함께 이에 얽힌 배경 이야기를 풀어 보겠다.

먼저 1968년부터 매년 여름 주로 서귀포에서 대학동아리팀이 주축이 되어 수중경기대회가 열렸었다. 고등부와 해녀부도 있었고 서귀포부두에서 문섬까지 스킨다이빙장비로 헤엄쳐 갔다 오는 Finswimming, 그리고 물고기 사냥종목인 Spearfishing, 그리고 전복, 소라 채집경기 등 누가 그리고 어느 팀이 가장 빠르게 수영하고 많이 잡아 올리는가를 겨루는 대회이었다. 물론 전 종목 스킨다이빙으로 치러졌으며 이 경기대회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는 밤을 새워도 끝이 없을 것 같기에 자서전이나 우리나라 다이빙계의 역사를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로 미루도록 하겠다.

첫 번째 사진은 1974년 사계리 형제 섬에서 찍은 사진으로 1973년 거제도 구조라대회에 이어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로 참가했을 때의 모습이다. 당시 고등학생이었으나 솔직히 대회를 빌미로 각지에 흩어져 있던 클럽회원들 이 스쿠버를 그나마 해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겨 모였고, 대회본부 임원 역할을 맡아주기도 하였다. 나 역시 그 일원으로 특별히 선택받았다 하겠다.

1974년 수중경기대회를 마치고운영진만 따로 어선을 대절하여마라도를 비롯하여 가파도,형제섬에 들러 다이빙후 찍은사진이다.
1974년 수중경기대회를 마치고운영진만 따로 어선을 대절하여마라도를 비롯하여 가파도,형제섬에 들러 다이빙후 찍은사진이다.

이런 데는 1972년 부모님 몰래 스쿠버강습을 받은 후 단단히 혼날 각오로(외아들이었기에) 실토를 하니 의외로 집안 형님 중에 스쿠버를 하는 분이 계시다는 말과 며칠 후 전화 통화로나마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그 형님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스포츠잠수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김상겸 회장님을 스쿠버다이빙의 세계로 처음 유도한 김춘광 선배님이었다. 해군 UDT 현역으로서 진해에 근무할 당시 김상겸 회장님이 전지훈련 차 고려대 럭비 팀을 인솔하여 내려오게 되었다고 한다. 평소 알고 지내오던 김춘광 선배님의 적극적인 권유와 인도로 진해 앞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체험케 함으로 이 나라에 레저스포츠로서의 태동이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제대 후 김상겸 회장님과 함께 대한수중협회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한국스킨스쿠버다이빙클럽을 창립하고 1973년 우리나라 최초로 PADI 강사양성코스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스쿠버강습을 도맡아 해왔다.

우리나라 스쿠버다이빙계의 최고의 원로이자 김상겸, 김춘광 이 두 분을 빼고서는 역사의 서술이 불가능하다 하겠다. 그 중 한 분은 친척형님 그리고 다른 한분은 아버님같이 모셔온 스쿠버 다이빙 선생님으로 두었으니, 어린 학생이기에 마뜩치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다이빙에 관해서는 온갖 귀여움과 혜택을 독차지하는 황태자 같은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더구나 김춘광 선배님은 우리나라 스쿠버다이빙의 메카이자 사랑방 역할을 문을 닫을 때까지 도맡아 해왔던 서귀포관광호텔의 사무장으로 근무하여 그야말로 서귀포 수중세계는 평생 제2의 고향으로 자리잡도록 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 사진은 김춘광 선배님의 뒤를 이어받아 서귀포 다이빙의 역사를 써내려온 황치전 선배님과 함께 1973년 겨울 방학 때 문섬에서 찍은 사진이다.황치전 선배님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확실치는 않으나 UDT 제대 후 외항선 선원생활을 하다가 귀국하여 일자리를 찾다가 김춘광 선배님의 권유로 무작정 서귀포로 내려오는 비행기 편에 필자도 함께 타고 있었다. 프로펠러 비행기가 허허벌판 같은 제주공항에 내려 어떻게 보면 유일한 교통수단인 택시를 잡아타고 막 출발하려는데 어떤 건장한 분이 달려와 택시를 멈추고 합승을 원해 함께 서귀포로 향하게 되었다. 서귀포 어디로 가냐? 뭐하러, 누구한테 등 질문이 이어졌고 놀랍게도 같은 장소, 같은 목적, 같은 사람을 만나러 가니 그 뒤부터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가까워졌고, 이런 관계는 선배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수십 년을 이어가게 된 숙명 같은 만남이었다.

물론 김춘광 선배님의 후광도 큰 몫을 하여 방학 때마다 서귀포로 내려가 다이빙 하나만은 실컷 할 수 있었다. 사진에는 잘렸으나 한겨울(신정연휴)이었지만 빌릴만한 장비가 없어 겨우 잠수복 윗도리에 하의는 청바지에 다이빙용 칼만 차고 다이빙을 끄떡없이 하셨던 기억이 난다. 너무 어려 숫기도 없고 겁도 엄청 많았던 시절에 무슨 이유인지 신문광고 하나보고 찾아가 스쿠버에 입문하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그 뒤로도 방송 다큐멘터리 제작부터 시작하여 각종 행사까지 많은 도움을 주셨다. 어쨌든 중도포기 하고도 남을 여건이었지만 이런 고마운 여러 선배님들의 보살핌과 남다른 애정을 그야말로 숙명으로 받아드려 오직 한길만 걸어오게 되었다 하겠다. 지금은 곁에 안계시지만 선배님들의 은혜에 누가 안 되도록 부끄럽지 않은 삶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사진을 꺼내들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본다.

1973년 겨울 서귀포 문섬에서황치전 선배님과 함께
1973년 겨울 서귀포 문섬에서황치전 선배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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