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범섬 기차바위에서의 한나절”
“아름다운 범섬 기차바위에서의 한나절”
  • 김강산 기자
  • 승인 2019.10.31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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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W 에디터샷 ]

 

이렇게 아름다운 체험잠수 포인트가 어디에 있겠는가

서귀포 수중쓰레기와 지하수 오염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계획대로라면 현 도지사도 참석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예상대로 나오지 않아 환경에 대한 도당국의 무관심을 대변하는 것 같아 시작부터 힘이 빠졌다. 하지만 지역 환경 단체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성과도 있었다. 다만 수중 쓰레기뿐만 아니라 처리용량을 벗어나 쌓여만 가는 육상 쓰레기에 지하수 오염까지 환경을 내세우는 제주도가 오히려 총체적 난국에 빠져 헤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매우 안타까웠다.은퇴 후 인생의 후반기를 보내려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제주도라 개인적으로도 실망이 컸다.

서둘러 돌아와야 하기에 잠수장비는 물론 카메라도 챙기지 않고 간 출장이었지만 토론회를 마치고 주변 후배들이 온 김에 다이빙을 함께 하자는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이유는 평생 몇 번 없었지만 제주도로 다이빙을 와 태풍이나 다른 일로 못하는 경우 안 좋은 일을 당하는 징크스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수영복부터 장비를 모두 빌려 범섬 기차바위를 들어갔다. 정말 얼마 만에 카메라 없이 들어갔는지 기억도 안 났지만, 이점을 어떻게 귀신같이 알아챘는지 그동안 기차바위의 다이빙 중 최고였다. 조류도 약하고 투명도와 물고기와 어우러진 경관은 최상의 환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항상 강한 조류와 씨름하며 포인트를 벗어나가 볼 엄두도 못 냈었는데 이날은 과감히 멀리까지 둘러 볼 수 있었다.

촬영배경으로 괜찮은 바위 발견
촬영배경으로 괜찮은 바위 발견

 

사진에-고스란히-담긴-폐어망이-그-끝을-알-수-없을정도로-길게-산호들을-휘감고-있었다
사진에 고스란히 담긴 폐어망이 그 끝을 알 수 없을정도로 길게 산호들을 휘감고 있었다
무작정 끌어 올린다면 모래 먼지와 함께 주변산호들이 물고기를 대신하여 모두 뜯겨 올려 질 것이다
무작정 끌어 올린다면 모래 먼지와 함께 주변산호들이 물고기를 대신하여 모두 뜯겨 올려 질 것이다
유실된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것-같이-보이는-폐어망을-어렵지-않게-볼수-있었다.-폐어망이-자리-잡은-바위는-조류나-파도에-따라-흔들리는-폐어망으로-인해-이미-산호를-비록한-고착생물이-사라져-버렸다.-겨우-위기를-모면한-앞쪽의-연산호에-뒤덮인-바위와는-대조적이다
유실된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이 보이는 폐어망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었다. 폐어망이 자리 잡은 바위는 조류나 파도에 따라 흔들리는 폐어망으로 인해 이미 산호를 비록한 고착생물이 사라져 버렸다. 겨우 위기를 모면한 앞쪽의 연산호에 뒤덮인 바위와는 대조적이다

 

이런 기회가 앞으로 또 있을까라는 생각에 하루를 더 미루고 다음날 다시 같은 장소를 들어갔다. 카메라가 없음이 너무 답답하여 하우징 없이 수심 15m까지는 촬영이 가능하다는 흔히 말하는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멋진 풍경대신 안타깝게도 접사촬영을 주로 하였다. 웃지 못 할 에피소드로는 말미잘을 보금자리 삼아 사는 게가 보여 근접 촬영을 시도하다 보니 좋아하는 앵글로 카메라를 들이 대면 작동수심이 넘어 촬영이 안 되고 조금 멀어지면 되기를 반복하다보니 한곳에서 20분 이상을 꼼짝 않고 카메라와 씨름을 하였다. 수심 10cm 차이가 카메라 작동여부가 결정되는 사실이 짜증이 났지만 어쩌다 눌러지면 그 희열과 재미가 상당하였다. 첫날보다는 환경이 덜 하였지만 이틀 뒤부터는 장마가 시작되면서 날씨가 나빠진다는 예보를 들으니 은근히 오기가 났다. 급하게 본지 기자를 단 하루라도 촬영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장으로 급하게 불렀다. 다음날 점점 수중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기차바위와 범섬 새끼섬을 다시 들어갔다.

도감으로는 본적이 있으나 실제로는 천음 본 대형 갯민숭달팽이를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도감으로는 본적이 있으나 실제로는 천음 본 대형 갯민숭달팽이를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기차바위의 장식이 된 수중해송 숲을 배경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범섬
기차바위의 장식이 된 수중해송 숲을 배경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범섬

물 만난 고기마냥 이틀에 걸쳐 보아둔 장소를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급하게 사진에 담으면서 쏘다녔다. 수심 30미터 바닥 모래 위에 놓인 바위에 연산호가 멋들어지게 핀 장소가 있어 동료 다이버를 모델삼아 몇 장 누르고 보니 폐어망이 길게 걸쳐 있는 모습도 사진에 찍혔고 그 끝을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길게 산호밭을 휘감고 있었다. 문득 폐어망만 없었다면 작품까지는 몰라도 멋진 증명사진정도는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런가 하면 지난 호 기사가 나간 후 급하게 예산이 배정이 되어 이 근처 해역에 유실된 주낙이

나 폐어망 수거 작업이 한참 진행 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이버가 세밀하게 걷어내고 있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폐어망으로 인해 멋진 사진의 배경을 망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잘못 건져내거나 방치한다면 그나마 위태롭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산호 등이 무참히 뜯겨나갈 위험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아름다운 산호 동산을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단 말인가…….
범섬에서의 2회 다이빙으로 찍은 사진이 시사 하는바가 적지 않아 에디터 샷으로 그 이야기를 남겨본다. 

 - UW (수중세계)

 

아름다운 수중꽃동산을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줬으면 한다
아름다운 수중꽃동산을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줬으면 한다
범섬 수중의 평화로운 오후
범섬 수중의 평화로운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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